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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다쟁이였으면 좋겠다

by atriumJEN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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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의사 파업 이야기가 아니라, "설명"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기가 시기인지라,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적는다. 

--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협찬인가 컨텐츠인가"에 나온 세차 업체(아마도 카앤피플) 사장님이 한 명언이 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용인즉슨 -

고객 컴플레인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서비스 전에 상세히, 자세히, 아~주 자세히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 자세가 딱 필요한 분야가 의료 분야라 생각된다. 

 

보통 어떤 서비스나 상황에서 화나는 경우는 .. 내 생각/기대와 다를 때, 
또,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없이" (내 생각에) 부당한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 때다. 

 

여러 업종, 많은 경우 그럴 수 있다. 

음식점에서 왜 저 손님이 먼저 서브를 받지, 내가 먼저 온 거 같은데 - 

(유럽 경우, 각 테이블 담당이 있어서 운나쁘게 좀 느릿한 서버가 담당한 테이블에 앉을 경우, 질질 밀릴 수 있다.)

비행기 탈 때, 왜 저 손님은 특별해 보이는 저쪽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고, 나는 사용하지 못하지? 

(무슨 카드, 어떤 서비스 멤버쉽, 그 안에서도 레벨이 다른 등등 .. 미처 모르는 세계가 있더라 )  

관공서에서 "안되요" 라고 할 때. "왜"는 없이, "안되요"라 할 때. .. 등등 

 

물론, 대부분 경우 따져 물을 수 있다.

다소의 소란스러움과 그 중심이 나라는 것을 감수할 수 있으면, 따져 물어 이유를 듣고 납득하든가, 정말 잘못된 경우 잘잘못까지 따지기도 한다. 

(스스로는 비상식적 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 -.-;; )

 합당한 이유면 납득하고, 이후에는 자세한 설명을 해 주길 당부하는 정도의 꼰대력만 부린다.) 

 

그런데 병원이나 의사한테는 그럴 수가 없다. 

환자를 인질로 잡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염려도 있고, 

전문가인데 알아서 해 주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상식적이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별다른 설명이 없는 경우가 너무, 너무, 너-어무 많다. 

그런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과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직접 겪은 몇 가지 케이스가 있다. 

 

첫번째,

응급실에 보호자로 갔을 때다. 

숨쉬기 힘들고 어지러움에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진 환자였다. 

넘어지며 얼굴이 시멘트 바닥에 갈렸고, 손목을 삐끗했다. 

얼굴 까지고 손목 나간거야 별거 아니었다. 그냥 약 사서 바르고, 파스 붙이면 될 정도.

(아, 미안. 그것도 아파하긴 했지. 그래도 그것으로는 응급실은 에바지 .. ^^; ) 

환자는 핑글핑글 돈다며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는데, 간호사가 증상 한번 듣고 피뽑아 간 후 30분 넘게 방치당했다.

왜 환자를 안 보냐, 순서는 어떻게 되냐.. 계속 물어도 언제라는 이야기도 없이 "선생님 오실 거다" .. 라는 이야기 뿐이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TV에서 병원 드라마를 보다 알았다. 

응급실에서 환자가 위급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 다른 증상이 나타날까 싶어 관찰 시간을 3-40분 정도 갖는다는 것. 

드라마에서는 그 관찰시간을 갖지 않은 인턴에게 "상식이야, 상식!"하며 선배가 다그치는 장면이 나왔다. 

 

이건 그들의 "상식"이지, 일반인의 상식은 아니다. 

응급실 간호사나 접수처에서 "3-40분 정도 관찰시간 있습니다"  말했으면, 우리가 방치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다. 

 

방치당한 우리도 화나고, 

그들도 - 바빠죽겠는데 자꾸 귀찮게 와서 물어보는 - 우리에게 화가 났을 거다. 

 

 

두번째. 

이것도 응급실, 이번에는 나다. 

위가 돌덩이처럼 굳는 느낌과 심한 통증, 당장 어떻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에 질려 응급실로 실려갔다.

부모님 모시고 정기적으로 가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 병원이 집에서 멀지도 않았고, 늘 가던 곳이라 우리 가족 급한 머리에 떠오르는 건 그냥 거기였다.)

 

그런데 이 의사, 아파 죽겠는데 집에서 가까운 작은 응급실로 다시 가라는 거다. 

순간 이게 의사인가 싶었다. 

"뭐라고요? 아프다구요!" 버럭하니, 그제야 3차 의료기관이라 비싼 약을 처방하게 될 거라고, 괜찮냐고 한다. 

상관없어요!! 돈 있어요!!  ..  진통제 링거를 꽂아준다. 

 

처음부터 약이 이만저만하다 .. 2차 의료기관으로 가면 좀 저렴하다 .. 심각한 병 아니니 그리로 가면 어떠냐 ..고 했으면

나도 버럭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도 불필요하게 나의 불퉁한 말투를 듣지 않았을 거다. 

 

-

조금 있다 토기가 치밀었다. 

간호사한테 이야기하니, 휴지를 준다. 위액같은 토사물을 받아서 버렸다.

같이 간 보호자가 아무래도 불안한지 간호사한테 다시 이야기한다. 

저 링거 맞고 통하는 거 정상이냐고. 

간호사가 의사에게 보고한다.  

의사가 와서 토사물 어디 있냐고 묻는다. 

버렸다니까 그걸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짜증낸다.

.. 뭐라고? -.-+

간호사가 나한테 버리면 안된다고 먼저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전문가로서 제 할 일을 못한 건 간호사인데, 케어 받아야 했을 나한테 화를 낸다. 

 

다행히,

링거 다 맞을 때 즈음에는 아픈 것도 다 낫고 살만해져서 실실 웃으며 퇴원하려는데 .. 

다른 의사가 뛰쳐 온다. 

정말 헐레벌떡 뛰어 왔다. (의사가 그렇게 뛰어오는 거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었다)

"OOO 환자!" 

손 들고, 저요?? 하니, 마치 귀신 본 듯 한다. 

간수치 결과가 얼마가 나왔다며 이럴리가 없단다. 일어나서 걸어다닐 수 없는 수치란다. 

어쨌든 지금은 멀쩡하고, 아픈 곳이 없다 .. 하니,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다시 빨리 와야 한다며, 응급실 입구까지 쫓아 나와 몸 상태를 잘 살피라 한다. 

어떠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으로 튀어 오란다. 

어, 당신은 좀 의사 같다. 

 

 

세번째.

한 밤중에 머리가 찢어졌다. 

응급실에 갔고, 스테이플러를 세방 박아줬다. 

당장은 CT 상에 문제 없지만, 머리에 충격 받은 것이니 다음 날 전문의에게 다시 진료 받아 보란다. 

오케이. 합리적이다. 

 

다음 날 진료에서도 이상 없고, 드레싱과 스테이플러 제거는 집 근처 병원에서 받아도 된다고 한다. 

땡큐. 이해했다. 

멀고, 사람이 많이 기다리는 종합병원에 굳이 올 필요 없지.

 

집 근처 병원에 갔다. 

"드레싱은 해드리지만, 스테이플러 제거는 안해요"

집에 와서 식구들과 한참 갑론을박을 했다.  

-

다른 의사가 박은 거 괜히 손대기 싫어하는 거다. 

혹시라도 덧나면 책임지기 싫은 거지. 

요즘 의료분쟁이 워낙 많다잖아. 

의사끼리 남이 시작한 건 손대지 않는 룰이 있는 거 아닐까 등등 .. 

 

드레싱하러 다시 갔을 때, 넉살 좋게 얘기해 봤다. 

선생님이 안 아프게 드레싱 해주셔서, 스테이플러 제거도 샘이 해줌 좋케써요오하핫항.

"저희는 전용 기구가 없어요. 전용 기구가 있으면 안 아프게 빼는데, 그거 없이하면 아프고 덧날 수 있어서요" 

헐.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하냐고요. 

처음 물었을 때 "안해요" 라고 하지말고,

이렇게 알려줬으면 우리 식구들한테 그런 의심은 받지 않았을 거 아닌가. 

 

-

의사분들 제발,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환자들도 다 알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물론,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사람도 있을거다. 

하지만, 알아듣고 협조하거나, 귀찮게 안 하는 사람도 꽤 많으니 - 

제발, 서로의 평안을 위해서 제대로 설명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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